"여보, 오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인데
우리 치킨에 소주나 한잔 할까?"
어김없이 치킨과 축구, 그리고 알코올을 찾는 나를
아내는 다소 한심하게 바라보았지만
어느새 그녀의 손은 배달앱을 찾고 있었다
그럴 땐 잠자코 시켜주는 것을 먹는 것이 우리네 생존법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만난 후라이드참잘하는집 치킨을 기억 해본다

축구가 새벽경기였기에 배달이 되는 곳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후라이드참잘하는집 역북은 새벽 2시까지 운영을 한단 말에
안심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앉아있다가
"띵동"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버선발로 달려나갔다

치킨박스와 치킨무, 양념소스와 펩제라가 들어있었다
'참 잘한 나에게, 참 잘하는 후라이드'라는 문구가
참 잘한 것도 없는 남편임에 정곡을 찔렸다

소금과 머스타드 소스가 같이 동봉되어있는 치킨박스에는
기름과 닭냄새가 진동할 수 있을 요량과
눅눅 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반원 모양의 구멍이 있었다



치킨무, 양념소스, 머스타드, 소금 등
치킨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들이지만
나중에 이들의 역할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소박 해보였던 박스 크기와는 별개로
닭조각들이 꾹꾹 담겨 있었다

초록잔디에는 자고로 초록병이 어울리는 것이란
궤변을 늘어놓으며 소주까지 꺼내니 완벽했다


후라이드 닭다리를 양념소스에 찍어먹으면 끝 아닌가?
기본맛에 충신한 후라이드 닭다리였다

닭날개는 머스타드소스에 찍어 보았다
닭조각들의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우리에겐 먹기 편했다


닭가슴살도 퍽퍽함을 주며 존재감을 일깨웠다
나름의 미식가인 아내의 평은 이러했다
"뿌링클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토핑들이 난무하는 치킨이 많기에
언젠가부터 소스를 찍어먹지 않았는데,
이 후라이드는 오히려 슴슴한 맛, 기본적인 맛이라서
같이 동봉되어 있는 소스로 변주를 즐길 수 있으니 재밌네?"
소주를 털어넣고 있던 손을 멈추고 일리가 있단 생각이 뇌를 감싸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에는 자극적인맛, 과한맛, 강한맛 등
도파민을 풀로 터트리는 것에만 치중하기에 몰랐으나
오히려 기본적인 치킨의 맛을 즐길 수 있었으리라
말 그대로
후라이드참잘하는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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